일상 탐구생활

층간소음 전쟁. 고무망치 Win!

슈랄라 2018. 1. 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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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여러 집에 살면서 층간소음으로 항의해 본 적은 없었어요.

낮에 나는 소리야 공동주택에 살면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밤에 간혹 거슬리는 소음도 아예 잠을 못자게 길게 지속되지만 않으면, 그냥 이해하고 넘기려 하거든.

 

굳이 남들과 얼굴 붉히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고,

살면서 나도 모르게 가끔 저런 소리 내게 될 때도 있을테지.. 하는 마음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나름의 여유와 평화로움은 몇주 전부터 깨지기 시작했어요.

 

 

바로 윗집에 한 부부가 이사를 옵니다.

굉장히 젊습니다. 둘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입니다.

 

이사온 날부터 층간소음이 아주 요란했으나,

짐을 정리하느라 그럴 수 있다 하고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걷는 소리, 일명 발망치라 부르는 그 소리가 우렁차더이다.

그러더니 다음날 새벽부터 쿵쾅쿵쾅 소리가 납니다.

물건은 툭툭, 의자도 끼익끼익, 무슨 운동기구 소리도 나고...

 

그집 남편이 새벽에 일하러 나가나 봐요.

그런데 남편 나가고 나서 부인은 청소를 하나 보네요.

새벽 4시 반에 청소기가 돌아갑니다.

 

5일 정도 참다가, 이제 정리도 제법 되었을 것 같은 시기에,

계단에서 윗집 부인을 마주치게 되었어요.

만난 김에, '아랫층 사람인데 소리가 시끄럽다. 조금 신경 써 주시라' 부탁했습니다.

아주 웃음을 머금고, 친절하게 말했어요.

 

그런데 대뜸 뭐가 시끄럽냡니다.

자기들은 옆에서 서로가 걷는 걸 봐도 그냥 조용하답니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좋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발꿈치로 쿵쿵대며 걷는 소리가 유달리 시끄럽고 천장이 울린다고,

그리고 특히 남들 자는 시간에는 더 조심 좀 해달라고 말했어요.

 

부인 얼굴 표정이 안 좋더군요. 불만 가득한 표정입니다.

그래도 별말 안 하기에, 저도 부탁한다 하고 끝냈습니다.

 

 

며칠 발망치 소리는 조금 줄어든 듯 보였네요.

여전히 밤에도 끼익끼익, 퍽퍽, 시끄럽지만...

발망치 소리를 그래도 나름 줄여준 대다가,

바로 또 올라가 말하면 너무 닥달하는 것 같아 꾹 참았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점점 점입가경이 되네요.

새벽에 4시쯤 남편이 일나갔다 낮 2~3시면 들어오는 모양인데,

그쯤부터 자기들은 낮에 잠자고 밤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밤새 뭘 하는지 끼익끼익 소리가 새벽 4시까지 줄기차게 나더이다.

그와 함께 조금 줄어들었던 발망치도 다시금 더 우렁차게 부활했습니다.

 

며칠동안 밤에 잠을 못 자니 사람 미치겠더군요.

참다참다 당장에라도 뛰어올라가고 싶은 순간이 왔어요.

그래도 밤늦은 시간에 올라 가는 건 예의가 아니다 싶어서 그날 밤은 또 참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에 올라갔습니다.

 

문을 두드리니 남편이 나왔어요.

부인은 어디 간 모양입니다.

밤새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을 했어요.

끼익끼익 끄는 소리가 밤새 들린다구요.

 

남자는 대뜸 험악스러운 표정으로

"우리가 안 그랬는데요?" 합니다.

 

"요 며칠째 계속 밤새 끄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봐, 우리 아니라고요, 우리라는 증거 있어요?"

 

. 너무 정확합니다.

저희 집이 마침 계단옆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부는 유독 요란하게 오고가니 들고 나는 시간을 저절로 알거든요.

그 사람들 집에 있을 때만 소리가 납니다.

계단 올라가, 문 열고 신발 벗고, 쿵쿵 발망치 치며 걸어 들어가니 집안 동선이 훤합니다.

 

위에는 총 원룸 3집이 있는데 ,

(아랫집 아주머니께 들은 정보에 의하면,)

그들 옆집 사는 사람은 장사하는 터라

매일 새벽 2시가 넘어야 들어와서 자고만 나간답니다.

그리고 윗층 제일 끝집에는 한 아저씨가 사는데,

지난 1년 동안 저는 그 집에 사람이 사는 줄도 몰랐을 정도로 고요합니다.

 

"이 집이 맞아요. 제 방에 앉아 있으면 바로 머리 위에서 정확하게 소리가 들려요."

"뭘 또 이 집이 맞아요, 맞기를! 어제 사람 없었거든요!"

남자는 이제 거의 싸우자는 태도로 소리치며 시비조로 나오더라고요.

 

그들이 어제 밤 계단 올라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기에,

저는 "어제밤에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요? 아니잖아요." 했습니다.

그러자 그 말에는 대답을 못하더군요.

그러더니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더 크게 소리치기 시작합니다.

 

. 제가 덩치 작은 여자 혼자니 참 우습게도 보였나 봅니다.

제가 처음에 부인에게 한 항의이자 부탁이 너무나 친절했나 봅니다.

 

"저번에도 뭐라고 했다면서?

왜 이래, 정말! 우리가 뭘 했다고!

남의 집에 이렇게 찾아와서 뭐하자는 거야?

앞으로 절대 오지 마세요! 경우없게 뭐하는 거야."

 

덩치 큰 남자가 반말 섞어가며, 험악하게 인상쓰며,

아주 자신 있으면 덤벼봐라 하는 태도로 소리치더라고요.

 

그 심한 층간소음에 며칠 밤새 참다참다, 낮에 찾아간 제가 경우가 없답니다.

이 말을 듣는데, 더 이상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라 판단했어요.

더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프고 기운만 빠지겠지요.

내가 덩치 큰 그 남자와 그 자리에서 싸운들 이길 수 있을 리도 없고요.

 

그래서 두말 않고 "그래요? 알겠습니다."하고는 돌아서 내려왔어요.

그러자 내 뒤로 보란듯이 문이 쾅! 닫는데 건물 전체가 흔들리네요.

 

나는 그 길로 지갑을 챙겨 철물점에 가서 고무망치를 샀어요.

 

층간소음 보복, 층간소음 복수라고 인터넷에 치면,

우퍼 스피커와 함께 가장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바로 그 고무망치입니다.

 

(층간소음이 너무 괴로워서 ,

저도 방법이 없나 해서 아주 많이 찾아봤거든요.)

 

4천원이라네요.

아마 그날의 나는 만원 이상 달랬어도 그냥 바로 샀을 겁니다.

바가지를 옴팡 쓰는 줄 알면서도 샀을 거예요.

 

 

그날 밤, 층간소음이 어제보다 2배는 커집니다.

그들은 자기 고함에 쫄아서 제가 별 말도 못하고 내려갔다고 생각할 터이니 

더 우스워 보였겠지요.

거기에 아예 앞으로는 찍소리도 못하게 하고 싶었는지,

일부러 밤새 무거운 물건을 대놓고 몇 번씩 떨어뜨리고,

아예 쿵쾅쿵쾅 뛰더니, 의자를 반복해서 끼익 거리더라고요.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지만... 괜찮습니다.

날이 밝으면 나는 전쟁을 시작할 거거든요.

 

새벽 4시가 지나자 남자가 나가는 소리가 나네요.

그렇게 날이 새고, 오후 2시에 남편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층간소음 가해자들의 큰 약점은...

자기들이 내는 소리 때문에 아랫집 사람이 생활 패턴이며 동선을 모두 다 알게 된다는 거겠죠.

이럴 땐 참 유용하네요.

 

밥먹고 씻고하느라 쿵쿵쿵 끼이익 요란합니다.

내 지인이라면 발뒷꿈치 뼈가 무사한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네요.

 

하지만 난 더 기다립니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에요.

 

오후 3시쯤 되자 고요합니다.

이제 잠자리에 들었나 봐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심지어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고무망치를 듭니다.

다른 집에 가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다른 집을 피하고 윗집과만 닿은 벽을 고릅니다.

그리고 천장과 맞닿은 벽의 윗부분을 고무망치로 두들겨 주어.

(천장은 사이에 빈 공간이 있으니, 벽을 두들겨 주어야 진동이 위로 올라간다네요.)

 

뭐 있는 힘껏도 치지 않아요.

고무망치, 힘 셉니다.

두세번만 힘을 주어 쾅쾅, 나머지는 조근조근 30초가량 두드립니다.

그래도 진동이 가는 게 느껴집니다.

층간소음은 소리가 아니라 진동이라 더 스트레스 받는 거라 하더군요.

 

윗집에서 잠이 깼는지 다시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라구요.

멈추고 내 할 일을 합니다.

그러다가 생각날 때마다 잠이 들만한 간격으로, 40분에 한번씩 쳐줍니다.

 

그들 시끄럽게 할때 내가 같이 망치질 해봤자 콧방귀도 안 뀌겠지요.

그래서 일부러 그들 잘때에 맞추어 해주었어요.

40분에서 한시간쯤 간격을 두고, 지속적이고도 집요하게. 

 

만약 그 시간이 밤이었으면 다른 집들 피해주는 것 때문에 곤란했을 수도 있는데,

저는 다행히 다른 사람들 출근한 낮에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낮에 시끄러워도 최소한 밤에는 얌전히 자는 사람들이었다면,

저는 애초에 항의하지도 않았겠지요.)

 

오후 6시 반.

그럼 이제 다른 사람들이 퇴근해서 돌아올 시간이니 멈추자고요.

저는 경우없는 사람 아니니까요.

 

전날은 밤새 시끄럽게 구느라 못잤을 테고, 낮에는 고무망치 진동에 못잤겠지요.

그날 밤 쥐죽은 듯이 조용한 걸 보니 자나봅니다.

저도 오랜만에 꿀잠을 자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새벽에 쿵쾅쿵쾅, 끼이익 합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고는,

'내가 새벽에 깨면, 너도 낮에는 못잔다.'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낮이 되어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매 회의 몇번은 잠 깨라고 세게 쿵쿵, 나머지는 그냥 거슬릴 정도로.

그러나 진동이 거슬려서 잠은 못 잘 정도의 힘으로 두들깁니다.

 

고무망치 소리가 나자 윗집 남자가 계단을 후다닥 내려와서

몇 번이나 우리 집 앞을 살피고 가는 기척이 느껴지네요.

그동안 꾹 참느라 막혔던 속이 다 뚫립니다.

 

혹시라도 남자가 직접 찾아오거든 그가 한 말을 똑같이 되갚아 주리라 다짐합니다.

"우리집 아닌데요? 제가 뭘 했다고 이러세요?

찾아가는 거 경우없다 그래서 저는 그 집 시끄러운 것도 참고 있는 중인데요?"

 

하지만 자기가 한 말이 있으니 우리집 문을 두드릴 수 있을 리가 없지요.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나 보네요.

 

그러고 나자 새벽에 나던 층간 소음이 줄어듭니다.

물론 소리는 납니다만, 그동안의 난리 굿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윗집 사람들은 층간소음 피해는 아랫집에서만 받는 거라 생각했을 거에요.

그리고 또 항의하러 오면 큰소리 한번 더 쳐서 쫓아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보란듯이 적반하장으로 복수하면서 더 시끄럽게 굴기도 했던 거겠죠.

 

그러다 자신들도 아주 곤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조용해 지네요.

 

층간소음에 시달릴 때는 두통에 가슴도 두근거리고, 수면부족에...

정말 사람 미치겠더라고요.

요즘에야 좀 사는 것 같아요.

 

이 모든 영광을,

나와 함께 해고무망치에게!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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